할아버지의 촛불



 
동생이 친구 블로그에서 보고 있는 걸 뒤에서 훔쳐봤는데,
이게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윽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목이 메었다.
대체 왜 나오셨어요, 라고 대답없는 영상에 반문하면서,
저렇듯 나이 지긋하신데다 다리까지 불편하신 분까지 거리로 나오게한 정부가 마냥 미웠다.

설령 그 정부가 우리 국민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이따금 나이드신 분들을 원망하곤 했다.
20대의 지지율마저 50%가 넘었다지만, 대다수는 나이드신 분들의 표였을 거란 사실에 차라리 투표소로 나오시지 않았더라면 하고 바란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분들이 내가 서 있는 밭을 일구셨기 때문에 이렇듯 편안히 서 있을 수 있다는 걸 명확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용기내어 나서지 못하는 나와 달리 명백히 자신이 옳다 생각하시면 행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염없이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가 그리워졌다.
지난 겨울, 대장암에 이은 뇌출혈로 영상에 계신 분처럼 다리가 불편하시다.
그리고 올해로 여든 셋, 지난 대선 때도 총선 때도 할아버지께선 투표를 하셨다.

by 나티 | 2008/06/04 00:27 | +일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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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피르팔콘 at 2008/06/04 02:27
가슴이 숙연해지네요. 저분의 촛불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시민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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